스트리밍 시대에 인디 아티스트가 살아남는 방법

스트리밍 시대에 인디 아티스트가 살아남는 방법

밴드캠프, 스트리밍의 대안이 될까?

밴드캠프, 스트리밍의 대안이 될까?

밴드캠프, 스트리밍의 대안이 될까?

아티스트가 직접 가격을 매겨 음원을 판매하는 밴드캠프의 인디적인 모델은, 스트리밍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여전히 필요하며 지속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가 직접 가격을 매겨 음원을 판매하는 밴드캠프의 인디적인 모델은, 스트리밍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여전히 필요하며 지속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가 직접 가격을 매겨 음원을 판매하는 밴드캠프의 인디적인 모델은, 스트리밍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여전히 필요하며 지속될 수 있습니다.

Apr 5, 2025

Apr 5, 2025

Apr 5, 2025

·

스트리밍을 둘러싼 갈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가령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알고리즘은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과 쉽게 접촉하게 합니다. 이와 같은 편리성의 증대는 결국 소비자들이 구독료의 형태로 음악에 돈을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불법 다운로드에 의해 음반 시장이 휘청이며 찾아온 음악 산업의 위기는 정액제 스트리밍을 통해 극복될 수 있었습니다.

참고하면 좋은 글: ⚡음악산업 | 스트리밍을 고칠 때입니다(1) / 고건혁(곰사장)



전세계 음원 판매 총매출과 그 중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출. 빨간 선은 각 플랫폼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연도 (Source: RIAA)


미국 디지털 음원의 다운로드 매출과 스트리밍 매출 (Source: RIAA)


그러나 공급자, 특히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은 종종 스트리밍에 대해 불만을 표출합니다. 지난 1월 아이슬란드의 (위대한) 아티스트 뷔욕은 “아마도 스포티파이는 뮤지션들에게 일어난 최악의 일”이라 인터뷰했고(#), 제임스 블레이크 역시 현재의 스트리밍과 음원 유통 환경에서는 “아티스트가 음악에만 집중하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비판했습니다(#). 국내에도 불싸조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스트리밍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내면서 디지털 앨범에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고 다운받는 형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수익 배분입니다. The Times에서 든 예시로,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가 1200명, 가장 인기 있는 곡의 스트림이 16,000회였던 영국 밴드 Waverley가 해당 시기까지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거두어드린 총수익을 추정하면 240달러 였습니다(#). 밴드 멤버가 5명이니 멤버 당 수익은 48달러, 약 7만원 정도 되겠네요. 이 수익은 외국 서비스의 분배 구조로부터 스트림 1회당 $0.005(약 7.5원)를 가정한 것인데, 한국 서비스의 음원 수익 배분에 관한 자료를 보면 한국 아티스트의 경우 그보다도 더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1 = 1450원으로 계산. 여기서 지급액은 스트리밍 회사가 가져간 수수료를 제외한, 유통사-제작사-저작권자-실연자가 나눠 갖는 금액 (Source: 해외 - The Trichordist(#), 국내 - 문화체육관광부)

그런데 뒤에서 보겠지만, 사실은 스트리밍 회사 역시 음원으로 이윤을 얻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단지 스트리밍 회사와 아티스트 간 배분율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디지털 음원 기술의 발전, 그리고 스트리밍이라는 (소비자에 의해 선택된) 시스템 자체로 인해 평균적인 소비자가 앨범 한 개/노래 한 곡에 지불하는 가격이 현저히 낮아진 데 있습니다.


피치포크 기사: How Much Is Music Really Worth?


(Data: RIAA, Infographic: Pitchfork)


(Data: RIAA, Infographic: Pitchfork)

아티스트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걸까요? 지난 10여년 간 스포티파이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소비자 편리성 개선에 몰두하며 급격히 거대해진 것과 달리, 밴드캠프는 훨씬 “아티스트 친화적인” 형태로, 느리게 성장해왔습니다. 아티스트가 직접 자신의 디지털 음원 및 피지컬 앨범과 MD에 가격을 매겨 팔도록 한 뒤 그 판매 금액의 15% (피지컬 상품은 10%)를 밴드캠프가 가져가는 방식인데,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면서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인디 뮤지션과 팬들에게 애용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여기에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밴드캠프가 어떻게 아티스트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 분석하면서, 아티스트를 위한 수익 모델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스트리밍을 둘러싼 갈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가령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알고리즘은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과 쉽게 접촉하게 합니다. 이와 같은 편리성의 증대는 결국 소비자들이 구독료의 형태로 음악에 돈을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불법 다운로드에 의해 음반 시장이 휘청이며 찾아온 음악 산업의 위기는 정액제 스트리밍을 통해 극복될 수 있었습니다.

참고하면 좋은 글: ⚡음악산업 | 스트리밍을 고칠 때입니다(1) / 고건혁(곰사장)



전세계 음원 판매 총매출과 그 중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출. 빨간 선은 각 플랫폼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연도 (Source: RIAA)


미국 디지털 음원의 다운로드 매출과 스트리밍 매출 (Source: RIAA)


그러나 공급자, 특히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은 종종 스트리밍에 대해 불만을 표출합니다. 지난 1월 아이슬란드의 (위대한) 아티스트 뷔욕은 “아마도 스포티파이는 뮤지션들에게 일어난 최악의 일”이라 인터뷰했고(#), 제임스 블레이크 역시 현재의 스트리밍과 음원 유통 환경에서는 “아티스트가 음악에만 집중하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비판했습니다(#). 국내에도 불싸조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스트리밍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내면서 디지털 앨범에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고 다운받는 형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수익 배분입니다. The Times에서 든 예시로,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가 1200명, 가장 인기 있는 곡의 스트림이 16,000회였던 영국 밴드 Waverley가 해당 시기까지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거두어드린 총수익을 추정하면 240달러 였습니다(#). 밴드 멤버가 5명이니 멤버 당 수익은 48달러, 약 7만원 정도 되겠네요. 이 수익은 외국 서비스의 분배 구조로부터 스트림 1회당 $0.005(약 7.5원)를 가정한 것인데, 한국 서비스의 음원 수익 배분에 관한 자료를 보면 한국 아티스트의 경우 그보다도 더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1 = 1450원으로 계산. 여기서 지급액은 스트리밍 회사가 가져간 수수료를 제외한, 유통사-제작사-저작권자-실연자가 나눠 갖는 금액 (Source: 해외 - The Trichordist(#), 국내 - 문화체육관광부)

그런데 뒤에서 보겠지만, 사실은 스트리밍 회사 역시 음원으로 이윤을 얻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단지 스트리밍 회사와 아티스트 간 배분율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디지털 음원 기술의 발전, 그리고 스트리밍이라는 (소비자에 의해 선택된) 시스템 자체로 인해 평균적인 소비자가 앨범 한 개/노래 한 곡에 지불하는 가격이 현저히 낮아진 데 있습니다.


피치포크 기사: How Much Is Music Really Worth?


(Data: RIAA, Infographic: Pitchfork)


(Data: RIAA, Infographic: Pitchfork)

아티스트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걸까요? 지난 10여년 간 스포티파이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소비자 편리성 개선에 몰두하며 급격히 거대해진 것과 달리, 밴드캠프는 훨씬 “아티스트 친화적인” 형태로, 느리게 성장해왔습니다. 아티스트가 직접 자신의 디지털 음원 및 피지컬 앨범과 MD에 가격을 매겨 팔도록 한 뒤 그 판매 금액의 15% (피지컬 상품은 10%)를 밴드캠프가 가져가는 방식인데,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면서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인디 뮤지션과 팬들에게 애용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여기에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밴드캠프가 어떻게 아티스트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 분석하면서, 아티스트를 위한 수익 모델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스트리밍을 둘러싼 갈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가령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알고리즘은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과 쉽게 접촉하게 합니다. 이와 같은 편리성의 증대는 결국 소비자들이 구독료의 형태로 음악에 돈을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불법 다운로드에 의해 음반 시장이 휘청이며 찾아온 음악 산업의 위기는 정액제 스트리밍을 통해 극복될 수 있었습니다.

참고하면 좋은 글: ⚡음악산업 | 스트리밍을 고칠 때입니다(1) / 고건혁(곰사장)



전세계 음원 판매 총매출과 그 중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출. 빨간 선은 각 플랫폼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연도 (Source: RIAA)


미국 디지털 음원의 다운로드 매출과 스트리밍 매출 (Source: RIAA)


그러나 공급자, 특히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은 종종 스트리밍에 대해 불만을 표출합니다. 지난 1월 아이슬란드의 (위대한) 아티스트 뷔욕은 “아마도 스포티파이는 뮤지션들에게 일어난 최악의 일”이라 인터뷰했고(#), 제임스 블레이크 역시 현재의 스트리밍과 음원 유통 환경에서는 “아티스트가 음악에만 집중하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비판했습니다(#). 국내에도 불싸조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스트리밍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내면서 디지털 앨범에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고 다운받는 형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수익 배분입니다. The Times에서 든 예시로,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가 1200명, 가장 인기 있는 곡의 스트림이 16,000회였던 영국 밴드 Waverley가 해당 시기까지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거두어드린 총수익을 추정하면 240달러 였습니다(#). 밴드 멤버가 5명이니 멤버 당 수익은 48달러, 약 7만원 정도 되겠네요. 이 수익은 외국 서비스의 분배 구조로부터 스트림 1회당 $0.005(약 7.5원)를 가정한 것인데, 한국 서비스의 음원 수익 배분에 관한 자료를 보면 한국 아티스트의 경우 그보다도 더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1 = 1450원으로 계산. 여기서 지급액은 스트리밍 회사가 가져간 수수료를 제외한, 유통사-제작사-저작권자-실연자가 나눠 갖는 금액 (Source: 해외 - The Trichordist(#), 국내 - 문화체육관광부)

그런데 뒤에서 보겠지만, 사실은 스트리밍 회사 역시 음원으로 이윤을 얻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단지 스트리밍 회사와 아티스트 간 배분율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디지털 음원 기술의 발전, 그리고 스트리밍이라는 (소비자에 의해 선택된) 시스템 자체로 인해 평균적인 소비자가 앨범 한 개/노래 한 곡에 지불하는 가격이 현저히 낮아진 데 있습니다.


피치포크 기사: How Much Is Music Really Worth?


(Data: RIAA, Infographic: Pitchfork)


(Data: RIAA, Infographic: Pitchfork)

아티스트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걸까요? 지난 10여년 간 스포티파이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소비자 편리성 개선에 몰두하며 급격히 거대해진 것과 달리, 밴드캠프는 훨씬 “아티스트 친화적인” 형태로, 느리게 성장해왔습니다. 아티스트가 직접 자신의 디지털 음원 및 피지컬 앨범과 MD에 가격을 매겨 팔도록 한 뒤 그 판매 금액의 15% (피지컬 상품은 10%)를 밴드캠프가 가져가는 방식인데,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면서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인디 뮤지션과 팬들에게 애용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여기에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밴드캠프가 어떻게 아티스트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 분석하면서, 아티스트를 위한 수익 모델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로컬 인디의 경험을 디지털화하다

밴드캠프는 음악을 듣는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아티스트가 디지털 음원을 비롯해 LP, CD와 각종 MD 등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디지털 상점(Digital Storement)’의 개념입니다. 따지자면 커머스 플랫폼에 가까우며, 스트리밍도 가능은 하지만 한 곡을 일정 횟수 이상 재생하고 나면 구매 없이는 재생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밴드캠프는 커머스 ‘플랫폼’이라 하기에도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대안적인 음악 플랫폼으로서의 사운드클라우드와 밴드캠프” (Hesmondhalgh et al. 2019)[1]라는 논문에서는 밴드캠프가 얼마나 “플랫폼 같지 않은지” 논합니다. 밴드캠프에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이 없고 편집자가 만든 리스트를 통한 추천만이 이루어집니다. 스트리밍 시대에는 한 아티스트의 곡을 듣다가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다른 비슷한 아티스트의 곡이 재생되는 것이 흔한 경험이지만, 밴드캠프는 각각의 아티스트 페이지가 그처럼 연결되는 일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광고도 표시되지 않고, ‘좋아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wishlist와 아티스트 팔로잉 기능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SNS나 스트리밍에서와 같이 숫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대신 상품 판매 페이지에는 구매자의 프로필들이 바둑판 모양으로 표시되며, 구매자는 아티스트의 ‘메일링 리스트’에 포함되어 아티스트로부터 소식을 얻을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는 2010년대에 비슷하게 대안적 플랫폼으로 여겨졌던 사운드클라우드와 비교됩니다. 사운드클라우드의 무료 재생, 알고리즘 추천과 트랙 내의 시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피드백(타임라인 댓글)과 같은 특징들은 힙합과 EDM에서의 많은 ‘사운드클라우드 히트’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반면 밴드캠프에서 바이럴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측면에서 밴드캠프는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10년대에 밴드캠프는 천천히 성장해왔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밴드캠프의 총매출액은 2천만 달러(약 290억원)로 추정됩니다(#, #). 사운드클라우드가 많은 사용자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결국 거대 레이블과의 계약을 받아들인 반면, 밴드캠프는 앞서 말한 ‘플랫폼적이지 않은’ 특징 덕에 적은 비용으로 운영되었기에 독립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플랫폼스럽지 않은 플랫폼, 불편한 플랫폼이 인디 아티스트와 소비자를 끌여들였을까요? 논문의 저자는 이와 같은 특성이 아티스트와 팬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밴드캠프의 주 이용층은 대개 로컬 인디씬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밴드캠프에서의 경험, 아티스트가 외부와 분리된 자신의 페이지에 상품들을 진열해 자신이 매긴 가격대로 판매하고, 팬이 숫자가 아닌 식별될 수 있는 프로필(얼굴)의 형태로 아티스트에게 인식되는 경험은 면대면으로 공연과 거래, 소통이 이루어지는 로컬의 경험과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숫자로 표시되지 않은 팬 데이터는 스트리밍이 가져오는 경쟁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자신의 팬을 인식할 수 있게 합니다.

사이트에 알고리즘 추천이나 데이터 제공 같은 플랫폼적인 기능을 추가하는 것에는 많은 비용이 요구될 뿐 아니라 밴드캠프가 제공하는 ‘디지털화된 로컬 인디’라는 경험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밴드캠프는 벌어들인 수익을 플랫폼 기능 확장에 투자하지 않고, 그 대신 레코드 제조사와 협업해 아티스트에게 피지컬 앨범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관련 사업을 통합해 왔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인디 친화적 특성들은 점점 로컬 공연과 같은 아날로그적인 소비에 대한 경험이 옅은 새로운 세대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2022년 밴드캠프는 에픽 게임즈에 의해 인수되었다가, 2023년 다시 음악 B2B 회사인 Songtdr에 인수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운영 비용 절감 명목으로 직원의 50%가 해고되었습니다. 인수 후에도 특정 일자에 판매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 “Bandcamp Friday” 이벤트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당장의 사업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스트리밍이 일반적인 감상 환경이 된 상황에서 밴드캠프의 방식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밴드캠프가 지속되어 온 데에는 로컬 인디의 경험을 디지털로 가져왔다는 것 외에 다른 요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티스트의 모든 곡에 같은 돈을 지불하고 음악을 듣는 정액제 스트리밍 하에서, 어떤 아티스트에 대한 지불 용의가 높은 팬들이 돈을 추가적으로 지불할 편리할 방법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밴드캠프가 제시하는 모델은 스트리밍을 대체할 수 없지만, 음악 소비에 있어 스트리밍과 다른 단계에서 공존할 것입니다.

로컬 인디의 경험을 디지털화하다

밴드캠프는 음악을 듣는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아티스트가 디지털 음원을 비롯해 LP, CD와 각종 MD 등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디지털 상점(Digital Storement)’의 개념입니다. 따지자면 커머스 플랫폼에 가까우며, 스트리밍도 가능은 하지만 한 곡을 일정 횟수 이상 재생하고 나면 구매 없이는 재생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밴드캠프는 커머스 ‘플랫폼’이라 하기에도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대안적인 음악 플랫폼으로서의 사운드클라우드와 밴드캠프” (Hesmondhalgh et al. 2019)[1]라는 논문에서는 밴드캠프가 얼마나 “플랫폼 같지 않은지” 논합니다. 밴드캠프에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이 없고 편집자가 만든 리스트를 통한 추천만이 이루어집니다. 스트리밍 시대에는 한 아티스트의 곡을 듣다가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다른 비슷한 아티스트의 곡이 재생되는 것이 흔한 경험이지만, 밴드캠프는 각각의 아티스트 페이지가 그처럼 연결되는 일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광고도 표시되지 않고, ‘좋아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wishlist와 아티스트 팔로잉 기능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SNS나 스트리밍에서와 같이 숫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대신 상품 판매 페이지에는 구매자의 프로필들이 바둑판 모양으로 표시되며, 구매자는 아티스트의 ‘메일링 리스트’에 포함되어 아티스트로부터 소식을 얻을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는 2010년대에 비슷하게 대안적 플랫폼으로 여겨졌던 사운드클라우드와 비교됩니다. 사운드클라우드의 무료 재생, 알고리즘 추천과 트랙 내의 시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피드백(타임라인 댓글)과 같은 특징들은 힙합과 EDM에서의 많은 ‘사운드클라우드 히트’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반면 밴드캠프에서 바이럴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측면에서 밴드캠프는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10년대에 밴드캠프는 천천히 성장해왔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밴드캠프의 총매출액은 2천만 달러(약 290억원)로 추정됩니다(#, #). 사운드클라우드가 많은 사용자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결국 거대 레이블과의 계약을 받아들인 반면, 밴드캠프는 앞서 말한 ‘플랫폼적이지 않은’ 특징 덕에 적은 비용으로 운영되었기에 독립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플랫폼스럽지 않은 플랫폼, 불편한 플랫폼이 인디 아티스트와 소비자를 끌여들였을까요? 논문의 저자는 이와 같은 특성이 아티스트와 팬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밴드캠프의 주 이용층은 대개 로컬 인디씬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밴드캠프에서의 경험, 아티스트가 외부와 분리된 자신의 페이지에 상품들을 진열해 자신이 매긴 가격대로 판매하고, 팬이 숫자가 아닌 식별될 수 있는 프로필(얼굴)의 형태로 아티스트에게 인식되는 경험은 면대면으로 공연과 거래, 소통이 이루어지는 로컬의 경험과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숫자로 표시되지 않은 팬 데이터는 스트리밍이 가져오는 경쟁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자신의 팬을 인식할 수 있게 합니다.

사이트에 알고리즘 추천이나 데이터 제공 같은 플랫폼적인 기능을 추가하는 것에는 많은 비용이 요구될 뿐 아니라 밴드캠프가 제공하는 ‘디지털화된 로컬 인디’라는 경험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밴드캠프는 벌어들인 수익을 플랫폼 기능 확장에 투자하지 않고, 그 대신 레코드 제조사와 협업해 아티스트에게 피지컬 앨범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관련 사업을 통합해 왔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인디 친화적 특성들은 점점 로컬 공연과 같은 아날로그적인 소비에 대한 경험이 옅은 새로운 세대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2022년 밴드캠프는 에픽 게임즈에 의해 인수되었다가, 2023년 다시 음악 B2B 회사인 Songtdr에 인수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운영 비용 절감 명목으로 직원의 50%가 해고되었습니다. 인수 후에도 특정 일자에 판매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 “Bandcamp Friday” 이벤트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당장의 사업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스트리밍이 일반적인 감상 환경이 된 상황에서 밴드캠프의 방식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밴드캠프가 지속되어 온 데에는 로컬 인디의 경험을 디지털로 가져왔다는 것 외에 다른 요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티스트의 모든 곡에 같은 돈을 지불하고 음악을 듣는 정액제 스트리밍 하에서, 어떤 아티스트에 대한 지불 용의가 높은 팬들이 돈을 추가적으로 지불할 편리할 방법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밴드캠프가 제시하는 모델은 스트리밍을 대체할 수 없지만, 음악 소비에 있어 스트리밍과 다른 단계에서 공존할 것입니다.

로컬 인디의 경험을 디지털화하다

밴드캠프는 음악을 듣는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아티스트가 디지털 음원을 비롯해 LP, CD와 각종 MD 등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디지털 상점(Digital Storement)’의 개념입니다. 따지자면 커머스 플랫폼에 가까우며, 스트리밍도 가능은 하지만 한 곡을 일정 횟수 이상 재생하고 나면 구매 없이는 재생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밴드캠프는 커머스 ‘플랫폼’이라 하기에도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대안적인 음악 플랫폼으로서의 사운드클라우드와 밴드캠프” (Hesmondhalgh et al. 2019)[1]라는 논문에서는 밴드캠프가 얼마나 “플랫폼 같지 않은지” 논합니다. 밴드캠프에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이 없고 편집자가 만든 리스트를 통한 추천만이 이루어집니다. 스트리밍 시대에는 한 아티스트의 곡을 듣다가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다른 비슷한 아티스트의 곡이 재생되는 것이 흔한 경험이지만, 밴드캠프는 각각의 아티스트 페이지가 그처럼 연결되는 일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광고도 표시되지 않고, ‘좋아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wishlist와 아티스트 팔로잉 기능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SNS나 스트리밍에서와 같이 숫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대신 상품 판매 페이지에는 구매자의 프로필들이 바둑판 모양으로 표시되며, 구매자는 아티스트의 ‘메일링 리스트’에 포함되어 아티스트로부터 소식을 얻을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는 2010년대에 비슷하게 대안적 플랫폼으로 여겨졌던 사운드클라우드와 비교됩니다. 사운드클라우드의 무료 재생, 알고리즘 추천과 트랙 내의 시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피드백(타임라인 댓글)과 같은 특징들은 힙합과 EDM에서의 많은 ‘사운드클라우드 히트’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반면 밴드캠프에서 바이럴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측면에서 밴드캠프는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10년대에 밴드캠프는 천천히 성장해왔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밴드캠프의 총매출액은 2천만 달러(약 290억원)로 추정됩니다(#, #). 사운드클라우드가 많은 사용자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결국 거대 레이블과의 계약을 받아들인 반면, 밴드캠프는 앞서 말한 ‘플랫폼적이지 않은’ 특징 덕에 적은 비용으로 운영되었기에 독립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플랫폼스럽지 않은 플랫폼, 불편한 플랫폼이 인디 아티스트와 소비자를 끌여들였을까요? 논문의 저자는 이와 같은 특성이 아티스트와 팬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밴드캠프의 주 이용층은 대개 로컬 인디씬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밴드캠프에서의 경험, 아티스트가 외부와 분리된 자신의 페이지에 상품들을 진열해 자신이 매긴 가격대로 판매하고, 팬이 숫자가 아닌 식별될 수 있는 프로필(얼굴)의 형태로 아티스트에게 인식되는 경험은 면대면으로 공연과 거래, 소통이 이루어지는 로컬의 경험과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숫자로 표시되지 않은 팬 데이터는 스트리밍이 가져오는 경쟁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자신의 팬을 인식할 수 있게 합니다.

사이트에 알고리즘 추천이나 데이터 제공 같은 플랫폼적인 기능을 추가하는 것에는 많은 비용이 요구될 뿐 아니라 밴드캠프가 제공하는 ‘디지털화된 로컬 인디’라는 경험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밴드캠프는 벌어들인 수익을 플랫폼 기능 확장에 투자하지 않고, 그 대신 레코드 제조사와 협업해 아티스트에게 피지컬 앨범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관련 사업을 통합해 왔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인디 친화적 특성들은 점점 로컬 공연과 같은 아날로그적인 소비에 대한 경험이 옅은 새로운 세대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2022년 밴드캠프는 에픽 게임즈에 의해 인수되었다가, 2023년 다시 음악 B2B 회사인 Songtdr에 인수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운영 비용 절감 명목으로 직원의 50%가 해고되었습니다. 인수 후에도 특정 일자에 판매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 “Bandcamp Friday” 이벤트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당장의 사업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스트리밍이 일반적인 감상 환경이 된 상황에서 밴드캠프의 방식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밴드캠프가 지속되어 온 데에는 로컬 인디의 경험을 디지털로 가져왔다는 것 외에 다른 요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티스트의 모든 곡에 같은 돈을 지불하고 음악을 듣는 정액제 스트리밍 하에서, 어떤 아티스트에 대한 지불 용의가 높은 팬들이 돈을 추가적으로 지불할 편리할 방법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밴드캠프가 제시하는 모델은 스트리밍을 대체할 수 없지만, 음악 소비에 있어 스트리밍과 다른 단계에서 공존할 것입니다.

스트리밍의 빈틈

스포티파이는 왜 적자였을까

스포티파이는 2024년 처음으로 연단위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설립 후 18년 동안 스포티파이는 매해 적자였습니다. 다소 이상한 일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전세계 스트리밍 시장에서 3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아티스트 배분율 역시 애플 뮤직과 같은 해외 플랫폼 사이에서는 낮은 축에 속하니까요.

(Source: Spotify)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애플 뮤직, 아마존 뮤직와 같이 ‘뒷배’가 있는 사업체와 달리 스포티파이는 독립된 사업체였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했으며, UMG 등 거대 유통사와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배분율보다 좀 더 불리한 계약을 체결해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음원 스트리밍이라는 형태를 처음 제시하는 기업으로서 당장 수익을 늘리기보다는 가격을 낮게 유지해 충분한 스트리밍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점도 한가지 이유입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음원 스트리밍 자체의 낮은 마진율에 있을 것입니다. 도입부에서 보았듯, 평균적인 소비자가 앨범 한 개/노래 한 곡에 지불하는 가격이 확연히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스포티파이와 마찬가지로 독립 서비스인 디저(Deezer)의 경우 아직 흑자 전환을 하지 못했습니다(2024년 약 3천만 달러, 한화로 약 435억 적자). 애플 뮤직과 아마존 뮤직은 특별히 이익/손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애초에 이들 서비스의 목적은 이익을 내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태계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수단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니, 벅스 등 국내 서비스의 경우엔 수익률이 낮은 스트리밍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음원 유통, 공연, 전자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이슈 클리핑).


2021년 9월 지니뮤직은 전자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를 인수했다. 2023년 지니뮤직의 음원 사업(스트리밍과 유통) 매출은 전자책 매출에 비해 약 3.5배 높지만, 매출에서 영업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전자책 사업이 더 높았다. 연한색 원은 매출을, 진한색 원은 영업이익을 의미 (Source: 지니뮤직)

2024년 스포티파이가 흑자를 거두게 된 데에도 오디오북과 팟캐스트 시장으로의 확장이 매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음원 스트리밍과 달리 개별 구매가 가능한 오디오북과 팟캐스트 멤버십 구독 모델은 마진율이 높습니다. 유저는 모든 콘텐츠에 적용되는 일반 구독 플랜(광고 제거 혹은 오디오북의 월 일정 시간 무료 청취 옵션) 외에도 따로 구매를 하거나 크리에이터의 멤버십에 가입해 원하는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소비할 수 있습니다. 왓챠의 개별 구매-소장이나 유튜브의 채널 멤버십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낮은 가격의 일반 구독을 통해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개별 구매/멤버십을 통해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불 의사가 특별히 높은, 보다 팬에 가까운 단계의 소비자들로 하여금 돈을 더 지불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스포티파이 팟캐스트의 경우, 광고 수익은 음악에 비해 더 많은 비율인 50%를 스포티파이가 가져갑니다(프리미엄 구독수익에 대한 배분율이 공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개별 구독에 대한 수익을 95%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제공할 유인을 만듭니다(#). 콘텐츠에 대한 기본 비용을 낮춰 회사의 마진율은 높이되, 크리에이터가 주도적으로 수익을 거둘 방법은 열어놓은 셈입니다.


(1) How to listen to audiobooks on Spotify (2) Spotify for Creators


아티스트의 음원은 일종의 차별화된 상품입니다. 따라서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에서와 같이, 몇몇 음원에 대해서는 가격을 높여서 수익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며 그러한 결과는 스트리밍 회사의 욕구와도 부합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음원 스트리밍에는 서비스 전반에 대한 차등적인 요금제만이 존재할 뿐, 아티스트 단위에서 음원이 지불 금액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스트리밍은 한 명의 유저가 모든 아티스트의 모든 곡을 동일한 가격에 듣는 상황입니다. 차별적인 제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스트리밍 회사가 아티스트 개인이 아닌 음반사/유통사와의 표준화된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음원을 공급 받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티스트와 스트리밍 회사 양쪽의 수익을 높일 방법이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빈틈이 존재하는 상황처럼 보입니다.


스트리밍의 빈틈 메꾸기

그러나 아티스트가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밴드캠프를 스트리밍과 함께 활용한다면 음원의 차별적인 제공이 가능합니다. 가령 아티스트는 대부분의 음원을 스트리밍 사이트에 풀되, 일부 특별한 음원(ex. 데모 버전이나 라이브 앨범)을 밴드캠프를 통해 유료화하여 스트리밍을 통해 유입된 팬들이 돈을 지불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좀 더 공격적으로, 앨범 내에서 일부 곡만 스트리밍을 풀고 앨범 전체는 밴드 캠프에서만 감상 가능하도록 할 수도 있고요. 어차피 스트리밍으로 데모 버전이나 라이브 앨범을 감상할 이들은 그 아티스트에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마음이 있는 사람들일테고,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앨범 전체를 감상하려는 사람도 ‘평균적인 스트리밍 사용자’보다는 더 많은 금액을 내고자 할 것입니다.

2020년 피치포크의 기사에 언급된 사례들은 어떻게 아티스트와 밴드캠프가 스트리밍의 빈틈 속에서 돈을 벌 수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75 Dollar Bill이라는 미국 익스페리멘탈 락 밴드는 2012년에 결성되어 2020년까지 3장의 정규 앨범을 냈고, 그 중 2019년에 낸 [I Was Real]은 Wire 선정 2019 최고의 앨범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2020년 “Bandcamp Day”에 그들은 라이브 앨범을 밴드캠프로 냈는데, 이때 거두어 들인 4,200달러(약 615만원)의 수익은 6년간 스트리밍으로 번 수익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비평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열렬한 컬트 팬들을 보유한 둠/드론 메탈 밴드 Sunn O)))가, 식량 원조 기관에 기금할 목적으로 밴드캠프에 앨범의 데모를 유료 공개하자 바로 10,000달러(약 1450만원)가 모였습니다. 그들 역시 스트리밍을 다 합친 것보다 밴드캠프에서 더 많은 돈이 들어온다 말합니다.


피치포크 기사: This Is How Much More Money Artists Earn From Bandcamp Compared to Streaming Services


75 Dollar Bill(#)


Sunn O)))(#)


이 점이 스트리밍과 함께 밴드캠프의 방식이 공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보다 넓게는, 앞으로 아티스트 주도의 수익 모델이 가능할 것이고 밴드캠프가 그 중 일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밴드캠프를 밴드캠프로 만드는 것 중 하나는, 기업이 아닌 당신이 직접 가격을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래야 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가격은 아티스트마다 다르고, 당신의 팬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니까요.”

- 밴드캠프 공식 홈페이지(#)


아티스트 주도의 수익 모델

지금까지 인디 아티스트의 수익 모델은 주로 공연과 피지컬 앨범, MD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 역시 지불 용의가 큰 팬들로부터 수익을 얻는 방식이지만,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피지컬 앨범이나 MD는 생산량이 많을수록 한계 비용이 내려가는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생산량 자체가 적은 인디 아티스트가 수익을 얻기에 불리한 면이 있습니다.

그 대신 아티스트가 직접 생산하는 일부 콘텐츠를,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팬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조금 더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이미 알고 좋아해줄 팬들이 필요합니다. 이는 아티스트가 스트리밍을 절대 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트리밍이나 그 외의 활동을 통해 이름을 어느 정도 알려 놓았다면, 밴드캠프와 같이 ‘아티스트가 주도하는 플랫폼’을 통해서 수익을 넓혀나갈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경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지만 인디 음악 산업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다소 낯선 것 같습니다.

저는 결국 음악이 아티스트의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이기에 밴드캠프를 통한 부분 유료화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하지만, 아티스트에게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 만든 음악이 유료화로 인해 적은 사람들에게만 들려진다는 사실이 이를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과 연계된 영상이나 뉴스레터 등 음악 외 콘텐츠 등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중요한 건 현재의 기술 환경에서 이러한 선택지들이 충분히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2) 2024년 3월 제임스 블레이크가 런칭한 음원 독점 공개 서비스 Vault.fm 페이지


앞서 밴드캠프가 로컬 인디의 경험을 디지털화한 것이 현재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얘기했었는데요, 사실 로컬 인디의 특징 - 아티스트와 팬의 직접적이고 양방향적인 소통, 숫자가 아닌 어떤 프로필로 식별되는 팬들 - 이야말로 지금의 크리에이터 경제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이라면 크리에이터 경제 쪽에서 수익을 얻는 길이 조금 더 다양하게 열려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디 아티스트가 음악으로 지속가능해지는 방법은 결국 이러한 기술이 만들어낸 기회들을 잘 찾아내는 데 있을 것입니다.



[1] Hesmondhalgh, D., Jones, E., & Rauh, A. (2019). SoundCloud and Bandcamp as alternative music platforms. Social Media+ Society, 5(4), 2056305119883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