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세계에 닿았을까]

[그들은 어떻게 세계에 닿았을까]

웨이브 투 어스, 전 세계로 흘러간 파도

웨이브 투 어스, 전 세계로 흘러간 파도

웨이브 투 어스, 전 세계로 흘러간 파도

동남아시아에서의 인기를 시작으로 글로벌 밴드가 된 웨이브투어스의 사례는, 더 이상 인디 뮤지션의 해외 진출이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인기를 시작으로 글로벌 밴드가 된 웨이브투어스의 사례는, 더 이상 인디 뮤지션의 해외 진출이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인기를 시작으로 글로벌 밴드가 된 웨이브투어스의 사례는, 더 이상 인디 뮤지션의 해외 진출이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Jan 11, 2025

Jan 11, 2025

Jan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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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우리는 인디 음악 시장이 자생 가능한 생태계를 이루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수요 즉, 인디 음악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합니다. 2024년, “밴드 붐이 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인디 음악은 그 수요가 충분치는 않아보입니다.


[현장] 2025 K컬처 트렌드 포럼, 한국 대중음악 톺아보기” 中, 파이낸셜 리뷰


그런데 꼭 수요가 국내에만 한정될 필요가 있을까요? 국내에 수요가 부족하다면 훨씬 인구가 많은 해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해외 진출은 이미 국내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이나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가능한 아이돌들에게만 가능한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음악 소비 경향이 차트 중심에서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옮겨가고 SNS 상에서의 공유를 통한 홍보가 가능해지면서, 인지도나 자본의 규모가 작은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진출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25년 1월 기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월간 청취자 수가 NCT 127의 2.5배를 넘고 심지어 레드벨벳과 아이브에 비해서도 250만 이상 더 많은 인디 밴드가 있습니다. 이런 규모의 밴드에 ‘인디’라는 말을 붙이는 게 어색할 수도 있지만, 4년 전까지는 제비다방과 같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주로 공연을 했던 데다가 대규모 자본의 투자나 프로모션 없이 이뤄낸 밴드이기에 ‘인디’라 부를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2024년 약 50번의 해외 공연을 돌며 지금은 북미 지역에서 대략 2,000석 규모의 공연들을 매진시키고 있는 이 밴드의 이름은 웨이브 투 어스입니다. 결코 국내 인지도가 적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를 상회하는 해외 팬층을 지닌, 이제는 그들의 나른하고 따뜻한 음악을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웨이브 투 어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우리는 인디 뮤지션의 자생을 위한 길 중 하나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들어가며

우리는 인디 음악 시장이 자생 가능한 생태계를 이루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수요 즉, 인디 음악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합니다. 2024년, “밴드 붐이 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인디 음악은 그 수요가 충분치는 않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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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꼭 수요가 국내에만 한정될 필요가 있을까요? 국내에 수요가 부족하다면 훨씬 인구가 많은 해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해외 진출은 이미 국내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이나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가능한 아이돌들에게만 가능한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음악 소비 경향이 차트 중심에서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옮겨가고 SNS 상에서의 공유를 통한 홍보가 가능해지면서, 인지도나 자본의 규모가 작은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진출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25년 1월 기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월간 청취자 수가 NCT 127의 2.5배를 넘고 심지어 레드벨벳과 아이브에 비해서도 250만 이상 더 많은 인디 밴드가 있습니다. 이런 규모의 밴드에 ‘인디’라는 말을 붙이는 게 어색할 수도 있지만, 4년 전까지는 제비다방과 같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주로 공연을 했던 데다가 대규모 자본의 투자나 프로모션 없이 이뤄낸 밴드이기에 ‘인디’라 부를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2024년 약 50번의 해외 공연을 돌며 지금은 북미 지역에서 대략 2,000석 규모의 공연들을 매진시키고 있는 이 밴드의 이름은 웨이브 투 어스입니다. 결코 국내 인지도가 적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를 상회하는 해외 팬층을 지닌, 이제는 그들의 나른하고 따뜻한 음악을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웨이브 투 어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우리는 인디 뮤지션의 자생을 위한 길 중 하나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들어가며

우리는 인디 음악 시장이 자생 가능한 생태계를 이루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수요 즉, 인디 음악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합니다. 2024년, “밴드 붐이 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인디 음악은 그 수요가 충분치는 않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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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꼭 수요가 국내에만 한정될 필요가 있을까요? 국내에 수요가 부족하다면 훨씬 인구가 많은 해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해외 진출은 이미 국내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이나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가능한 아이돌들에게만 가능한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음악 소비 경향이 차트 중심에서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옮겨가고 SNS 상에서의 공유를 통한 홍보가 가능해지면서, 인지도나 자본의 규모가 작은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진출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25년 1월 기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월간 청취자 수가 NCT 127의 2.5배를 넘고 심지어 레드벨벳과 아이브에 비해서도 250만 이상 더 많은 인디 밴드가 있습니다. 이런 규모의 밴드에 ‘인디’라는 말을 붙이는 게 어색할 수도 있지만, 4년 전까지는 제비다방과 같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주로 공연을 했던 데다가 대규모 자본의 투자나 프로모션 없이 이뤄낸 밴드이기에 ‘인디’라 부를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2024년 약 50번의 해외 공연을 돌며 지금은 북미 지역에서 대략 2,000석 규모의 공연들을 매진시키고 있는 이 밴드의 이름은 웨이브 투 어스입니다. 결코 국내 인지도가 적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를 상회하는 해외 팬층을 지닌, 이제는 그들의 나른하고 따뜻한 음악을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웨이브 투 어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우리는 인디 뮤지션의 자생을 위한 길 중 하나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웨이브 투 어스의 성장 과정

2019년 데뷔한 웨이브 투 어스의 멤버들은 이전부터 인디 씬 활동 경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보컬 김다니엘의 또 다른 밴드 ‘더 폴스’는 이미 나름대로 팬층을 지니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김다니엘은 “한국 인디의 한계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웨이브 투 어스는 해외 청취자층의 유입을 고려해 대부분의 곡 가사를 영어로 썼다고 합니다(#). 그 만큼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생각한 밴드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좋은 음악이 필요하죠. 데뷔 이래 꾸준히 좋은 싱글을 발매하던 웨이브 투 어스는 2020년 8월에 낸 EP [Summer flows 0.02]을 기점으로 성장합니다. 특히 수록곡 seasons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꾸준한 공연을 통해 팬층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 무렵 웨이브 투 어스는 CJ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튠업 프로젝트에 선정되는데요. 이를 통해 아지트 라이브(#) 유튜브 채널 출연과 함께 해외 진출에 필요한 지원도 얻게 되었습니다. 2021년 12월에는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단독 공연을, 2022년에는 펜타포트 메인스테이지에 오르는 등 국내에서 착실히 성장했습니다.

(1)튠업 프로젝트 지원 내용 (2)주요 아티스트

이 과정 속에서 해외 공연이나 특별한 마케팅, 미디어 출연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웨이브 투 어스의 ‘해외 청취자 층’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2020년 8월엔 20,000명이 채 되지 않던 글로벌 월간 청취자 수가 2021년 8월 10만을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입니다.


‘월간 청취자’는 해당 날짜로부터 이전 한 달 동안의 청취자 수를 의미. 가령 2021년 6월 16일의 월간 청취자 수는 2021년 5월 16일~6월 15일의 청취자 수 (데이터: Chartmetric)

참고로, 2024년 펜타포트에서 저녁 시간대 메인 스테이지 공연을 섰던 실리카겔의 현재 월간 청취자가 10만 정도입니다. 21년 8월 한국에서 웨이브 투 어스는 롤링홀(500석) 규모의 단독 공연을 진행하던 밴드였습니다. 스포티파이 국내 점유율이 해외에 비해 한참 낮다는 점, 그래서 해외에서의 인기가 스포티파이 청취자 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때 이미 웨이브 투 어스에게는 해외 리스너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던 것입니다.

재밌는 건 24년 9월의 실리카겔의 스포티파이 팔로워 수는 8.4만인 데 비해 비슷한 월간 청취자 수를 기록한 21년 8월 웨이브 투 어스의 팔로워 수는 1.4만으로 낮다는 점입니다. 즉, 이 시기에 웨이브 투 어스를 듣는 리스너들 중 스포티파이 계정을 팔로우 할 정도로 팬이었던 이들의 비중은 낮았습니다.

지속적으로 곡을 내고 활동하는 아티스트라면, 스포티파이 팔로워와 월간 청취자의 비율을 보는 것이 아티스트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해당 아티스트를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아티스트를 ‘깊게 듣는지’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Chartmetric을 이용하면,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인스타그램 등 아티스트의 인기나 팬베이스와 관련된 주요 데이터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때 Chartmetric은 스포티파이 팔로워 수를 월간 청취자 수로 나누어 ‘팬 전환율’이라는 이름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웨이브 투 어스처럼 해외 진출에 성공한 ADOY와 이것을 비교해보면 재미있습니다.

데이터: Chartmetric


빨간색 수직선은 웨이브 투 어스의 월간 청취자가 아도이와 같아진 지점이고, 주황색 수직선은 웨이브 투 어스의 팔로워 수가 아도이와 같아진 지점입니다. 빨간 색 선과 노란색 선 사이, 두 아티스트의 청취자-팔로워 규모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볼 만한 이 시기에도 웨이브 투 어스의 팔로워/청취자 비율은 낮았습니다. 즉 이 시기 유입된 웨이브 투 어스의 청취자 층은 상대적으로 가벼웠습니다.

사실 ADOY는 비교의 시작점이 되는 2020년 이미 몇 번의 해외 공연을 진행했던 밴드였고, 그만큼 어느 정도의 해외 팬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반면 웨이브 투 어스는 ‘22년 말까지 해외 공연을 하지 않았고 눈에 띌 만한 미디어 노출도 없었습니다. 단지 몇 개의 세련된 라이브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취자 층이 유입이 되더라도 당장에 ‘팬’이 될 만한 요소는 적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의 청취자 층 유입은 어떻게 이루어 졌을까요? 여기에서 우리는, 자본이 적은 소규모의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가 열려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웨이브 투 어스는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 SNS를 통해 ‘알아서’ 알려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Seasons의 초기 월간 스트림과 곡이 수록되어 있는 플레이리스트의 수 증가율. 기준점은 2021년 5월로, y축은 2021년 5월 1일 대비 각 달에서 몇 % 증가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플레이리스트에는 스포티파이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Editorial Playlist)와 유저가 만든 플레이리스트가 포함됨 (데이터: Chartmetric)


2020년 발매된 EP [summer flows 0.02]에 수록된 Seasons의 초기 스트림 증가는 플레이리스트 수의 증가와 함께했습니다. 적어도 미디어 노출이나 차트 등재 없이 스트림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웨이브 투 어스가 플레이리스트와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감상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22년 말 드디어 웨이브 투 어스는 방콕 Very Festival에 출연합니다. 23년 5월에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The Other Festival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하는데, 이때 또 다른 헤드라이너는 대만의 Sunset Rollercoaster로, 웨이브 투 어스에 따르면 “ Sunset Rollercoaster가 없었다면 웨이브 투 어스가 나왔을까 싶을 정도”의 큰 영향을 준 밴드였습니다(#). 이만해도 감격할 성과였겠지만, 자카르타 페스티벌 출연 시점의 전후로 놀랄만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바로 틱톡이었습니다.

밴드는 22년 12월 24일 틱톡 계정을 만들었고, 이 때 seasons를 비롯한 트랙들도 정식으로 등록되었습니다. 23년 4월 [0.1 flaws and all.] 발매를 전후로, 동남아 지역에서 seasons와 bad가 음악으로 쓰인 틱톡 게시물들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라이브 영상이나 웨이브 투 어스의 다른 곡들을 추천하는, 팬층에서 공유되는 성격의 영상이 상위 게시물로 올라오다(#1, #2, #3) 시간이 지남에 따라 리릭 비디오나 일반 영상의 BGM으로 두 곡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1, #2, #3). 6월 중순, 그들은 아주 제대로 바이럴을 탔습니다.


(1) seasons가 쓰인 틱톡 게시물의 총 조회수 - 빨간 영역은 6월 2주 (데이터: Chartmetric)
(2) bad가 쓰인 틱톡 게시물의 총 조회수 - 빨간 영역은 6월 2주 (데이터: Chartmetric)

6월 2주차, 스포티파이가 소셜 미디어에서의 성과를 기반으로 선정하는 Viral 50 차트에서 bad는 글로벌 2위, 태국에서는 1위를 거두었습니다. 이때 웨이브 투 어스는 방콕에서 단독 공연을 진행하고 있었고 멤버들은 공연이 끝난 뒤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틱톡의 히트는 다시 스트리밍에서의 성공으로 옮겨갔습니다.

2023년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와 팔로워 (데이터: Chartmetric)

물론 틱톡에서의 히트가 모든 아티스트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웨이브 투 어스는 이미 너무 많은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북미 투어를 시작해, 바이럴 히트를 통해 유입된 이들을 팬으로 전환시켰습니다. 그 이후에는 한 해에 유럽과 아시아, 북미를 돌며 2~3000석 규모의 공연을 진행하는 행보를 보여주며 전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성공한 밴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웨이브 투 어스의 해외 성장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사례는 음악 산업에 대해 무엇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듯, 그들이 특별한 마케팅 전략의 도움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NME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그저 좋은 음악에 집중할 뿐”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웨이브 투 어스의 성장 속에서 그들에게 반응한 시장, 그리고 그 시장 속 소비자들이 웨이브 투 어스를 알고 팬이 되는 과정들에 대한 정보는 도움을 줄 겁니다. 이는 웨이브 투 어스와 같이 ‘좋은 음악’을 하지만 그 소비자들에게 닿지 못한 아티스트들을 위해 무언가를 알려 줄 수도 있습니다. 먼저 웨이브 투 어스 붐의 시발점이자 ‘트리거 시티’가 모여 있는 곳, 동남아시아를 얘기해보겠습니다.

동남아시아, 트리거 시티

동남아시아는 K-팝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은 지역입니다. 그 만큼 한국 인디의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기도 합니다. 공연과 페스티벌 산업도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그러나 웨이브 투 어스는 다른 방향에서 이 지역을 주목하게 하는데, 바로 스포티파이, 유튜브, 틱톡 등의 스트리밍/공유 플랫폼의 사용량이 높은 편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지역 내 인구 자체가 많은 데다 MZ 세대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성장 중인 동남아시아의 음악 공연 산업 (Source: Statista)
2022년 동남아 지역 스트리밍 플랫폼 점유율. Resso Music은 TikTok이 있는 Bytedance의 자회사로, 2023년 TikTok Music으로 병합 (Source: Statista)


‘바이럴’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어떤 곡의 재생 수가 한 지역에서 많아지면, 그것이 다른 지역 소비자의 플레이리스트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가령 웨이브 투 어스의 bad는 동남아시아 틱톡에서 바이럴이 터지자 스포티파이에서 Viral 50 차트에도 오르고, ‘Bedroom Pop’ 이라는 이름의 스포티파이 editorial 플레이리스트에도 올랐는데 이들은 전세계에서 청취되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개념은 Chartmetric이 제시한 트리거 시티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파급효과가 큰 지역을 말합니다.

출처: Chartmetric trigger cities 2024(#)

유럽, 북미 등에 비해 동남아시아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낮고, 따라서 이 지역을 공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기에 전통적으로는 주목도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수익이 아닌 ‘재생 수’의 관점에서 동남아시아는 트리거 시티가 두 번째로 많이 집약된 곳입니다(첫 번째는 라틴 아메리카). 그렇기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동남아시아의 도시들을 노리는 마케팅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Chartmetric의 Jason Jovan은 말합니다(#). 이 지역에서의 히트가 다른 지역으로도 쉽게 번질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최근엔 서양 아티스트들의 동남아 지역 공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웨이브 투 어스에 처음 반응했고 현재까지도 청취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도시들 역시 동남아시아의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방콕(태국), 케손 시티(필리핀) 등입니다. 이에 맞춰 밴드는 22년 말부터 방콕에서 한 번의 페스티벌 공연과 한 번의 단독 공연을, 자카르타에서 한 번의 페스티벌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밴드는 틱톡에서의 바이럴을 경험했습니다. 동남아 지역에서의 공연들이 바이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때 확보된 팬들은 분명히 다른 지역의 히트에 얼마간 기여했을 것입니다. 바이럴이 터진 건 동남아시아였지만 현재 밴드는 북미, 유럽, 남미까지 투어를 돌고 있습니다.


Chartmetric이 제공하는, 웨이브 투 어스의 곡이 수록된 스포티파이 상위 플레이리스트(370개) 목록을 이용해 각 플레이리스트에 어떤 아티스트들이 함께 등장하는지를 조사했다. 그래프는 아티스트 별 등장 빈도를 스포티파이의 ‘아티스트 인기도’로 나누었을 때 상위 20명에 해당하는 아티스트이다. 즉 인기에 비해 웨이브 투 어스와 자주 공유되는 편에 속하는 아티스트들.

그렇다면 어떤 음악들이 웨이브 투 어스와 같은 경로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웨이브 투 어스는 Keshi, Laufey, NIKI, Beabadoobee 등 유독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가 많은 인디팝/R&B 아티스트들(공통적으로 아시아 국적 혹은 아시아계 아티스트)과 음악이나 분위기에 있어 유사한 지점이 있었고, 23~24년 사이 플레이리스트에서 같이 공유되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유사한 성격의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지역의 음악 트렌드란 다양하기에 앞으로 가능성이 높은 장르들을 더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Chartmetric에서는 다소 과격한 일렉트로닉인 Phonk가 아시아에서 성공한 것을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Arctic Monkeys, The 1975 등 영국 락밴드의 인기가 유독 높다는 점이나, Grrrl Gang 같은 지역 인디 락 밴드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 합니다.

유입된 리스너를 팬으로 만들려면?


앞에서 웨이브 투 어스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 스포티파이 팔로워 - 월간 청취자 비율이 낮았고 이를 비교적 가벼운 리스너층이 많았다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비율이 낮았음에도 청취자가 증가하는 만큼 팔로워도 계속 증가해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된 측면도 있습니다. 바이럴이 잠잠해지고 대신 투어가 진행된 23년 말부터는 팔로워의 증가세가 더 커져 이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리스너가 유입이 되면 그 중 일부가 자동적으로 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원히트 원더의 사례들, 특히 틱톡 바이럴을 타더라도 이것이 안정적인 인기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는 점(#)은 어떻게든 유입된 리스너를 팬으로 전환시키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어렵지만, 아티스트가 가장 크게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환된 팬은 다시 플레이리스트와 공유를 통해 리스너를 유입시킬 것입니다.

웨이브 투 어스에게는 라이브 영상이 팬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을 수 있습니다. 23년 4월 정규 발매 전까지 뮤직 비디오는 없었던 대신, 퀄리티가 높은 라이브 영상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팀 자체적으로 찍은 영상(#)도 있고, 앞서 언급한 아지트 라이브도 있으며 현재 조회수가 1000만이 넘는 온스테이지 영상(#)도 있습니다. 정식 틱톡 계정이 처음 생긴 뒤 올라간 몇 개의 영상들도 라이브였습니다. 리스너는 플레이리스트에서 들은 노래가 실제로 연주되는 걸 볼 때 비로소 음악 뒤에 숨은 뮤지션에 대해 의식하고 그들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라이브 영상을 활용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다니엘이 소속된 아트워크 팀 ‘we are not 0.00’의 힘과, 김다니엘이 믹싱 & 마스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이 컸을 겁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퀄리티 높은 라이브 영상을 위해 소모되는 비용을 고려할 때 효과가 크지 않은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별 사례 분석만으로는 어떠한 방식이 효과가 있다는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바이럴 히트’ 사례들이 말하는 것은, 공연이나 라이브 영상, 온라인 콘텐츠 중 무엇이 되었건 ‘아티스트’가 전면에 드러나는 콘텐츠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