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인디를 경험하면서 마주한 현실]

[UK-인디를 경험하면서 마주한 현실]

음악의 나라, 영국의 인디씬을 만나다.

음악의 나라, 영국의 인디씬을 만나다.

음악의 나라, 영국의 인디씬을 만나다.

세계적인 음악 강국 영국의 공연 문화와 로컬 씬에 대해 알아봅니다.

세계적인 음악 강국 영국의 공연 문화와 로컬 씬에 대해 알아봅니다.

세계적인 음악 강국 영국의 공연 문화와 로컬 씬에 대해 알아봅니다.

Mar 1, 2025

Mar 1, 2025

Mar 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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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디가 아닌, UK-인디의 이야기

잠시 한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제가 한 학기동안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 왔거든요. 흔히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대중음악의 큰 축을 이루는 나라라고 말하는데요, 역시 그런 만큼 정말 다채로운 음악 컨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거의 일주일에 한 개씩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봤던 것 같네요.

이번 글에서는 영국의 공연 문화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저의 공연 관람 경험을 정리하고, 그 차이가 영국의 음악 산업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공연 생태계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까지 간단하게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K-인디가 아닌, UK-인디의 이야기

잠시 한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제가 한 학기동안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 왔거든요. 흔히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대중음악의 큰 축을 이루는 나라라고 말하는데요, 역시 그런 만큼 정말 다채로운 음악 컨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거의 일주일에 한 개씩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봤던 것 같네요.

이번 글에서는 영국의 공연 문화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저의 공연 관람 경험을 정리하고, 그 차이가 영국의 음악 산업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공연 생태계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까지 간단하게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K-인디가 아닌, UK-인디의 이야기

잠시 한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제가 한 학기동안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 왔거든요. 흔히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대중음악의 큰 축을 이루는 나라라고 말하는데요, 역시 그런 만큼 정말 다채로운 음악 컨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거의 일주일에 한 개씩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봤던 것 같네요.

이번 글에서는 영국의 공연 문화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저의 공연 관람 경험을 정리하고, 그 차이가 영국의 음악 산업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공연 생태계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까지 간단하게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아티스트를 위한 다양한 크기의 공연장

영국은 전국 방방곳곳에 음향 시설이 잘 갖춰진 공연장들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들어 보았을 웸블리 스타디움, 클래식 공연으로 잘 알려진 로얄 알버트 홀처럼 유명한 공연장도 많고, 주택가 한복판에 컨테이너들로 만들어진 공연장, 동네 펍 2층에 위치한 자그마한 무대 등 공연장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여름에 열리는 공연의 경우, 각 도시마다 하나씩 있는 큰 공원에서 거대한 야외 무대를 여는 일이 많습니다. 오아시스 최고의 공연 중 하나로 꼽히는 넵워스 파크가 대표적이죠.

단순히 공연장 개수만 많은 것도 아닙니다. 제가 있었던 도시는 리즈라는 곳인데, 한국으로 치면 천안이나 청주 정도의 인구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체급의 아티스트들을 위한 다양한 크기의 공연장들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그 어떤 아티스트가 와도 알맞은 크기의 공연장을 고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한국처럼 공연장이 없어서 내한을 못 올 가능성은 없겠네요.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열정적인 관객들

한국과 가장 구별되는 공연 관람 문화는 바로 모든 공연장에 맥주를 파는 바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연 입장이 시작되면 영국인들은 무대가 아니라 바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서 맥주를 먼저 확보합니다. 그러고 나서야 어슬렁어슬렁 무대 쪽으로 이동하죠.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스탠딩 티켓에도 대기 순번이 지정되어있지 않아 줄을 서는 순서대로 먼저 입장하며, 공연 도중 “Sorry, can I just… (get through)” 라고 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맨 뒤에서 펜스 쪽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공연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영국인들에게 공연 관람은 소셜라이징을 위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근황을 주고받고, 모르는 사람과도 스몰톡을 하며 동네 친구를 만드는 곳이 바로 공연장입니다. 또 공연 티켓값이 다른 서비스업종에 비해 비교적 낮은 편이기 때문에, 공연 관람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문화 생활’인 한국과는 달리 술집에 놀러 가는 느낌으로 공연 티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 인디씬의 실리카겔과 비슷한 위상의 Fontaines D.C. 공연 티켓은 20~40파운드 (약 4~7만원) 였습니다. 런던에서 인간다운 한 끼를 먹기 위해 적어도 15파운드는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싼 가격입니다.

Fontaines D.C. 공연에서 촬영한 사진.

물론 이런 문화의 단점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영국은 맥주와 훌리건의 나라인데요, 공연을 보다 보면 자기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취한 사람들이 공중으로 술을 뿌리며 여기저기 넘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떼창과 모쉬 핏 등 공연 호응이 활발한 것은 좋지만, 가끔 관중들이 너무 흥분해서 전후좌우로 사람들을 밀어대고 압축해버리곤 합니다. 한국의 쾌적한 공연 관람 환경이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공연의 발판을 굳건히 만드는 단단한 로컬 씬

영국 대중음악의 또다른 중요한 특징은 로컬 씬이 굉장히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몇몇 부산 출신 밴드 등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자신들의 출신 지역을 홍보하거나 자랑스러워하는 밴드는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힙합 씬에서 활동하는 래퍼들이 출신 지역에 관한 가사를 쓰는 등 지역색을 드러내곤 하죠.

반면 영국은 출신 지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맨체스터 출신 오아시스, 레스터 출신 카사비안, 뉴캐슬 출신 샘 펜더, 리즈 출신 카이저 치프스 등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해당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출신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다른 문화인 축구와 연계해서 지역 축구팀의 응원가로 해당 밴드의 노래가 쓰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런 자기 지역 밴드 밀어주기로 인해 페스티벌 라인업의 순서까지 바뀔 정도입니다.

셰필드 출신 밴드인 펄프와 레이턴스가 맨 위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다.
레이턴스보다 짬이 훨씬 앞서는 프란츠 퍼디난드(스코틀랜드 출신)가 레이턴스에게 헤드라이너 자리를 내주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관객들 역시 자신들의 지역에 대한 사랑이 대단합니다. 리즈는 ‘요크셔’라는 행정구역에 속해 있는데요, 여러분이 언젠가 리즈에서 공연을 관람하신다면 곡과 곡 사이에 모든 관객들이 단체로 “Yorkshire! Yorkshire!”를 외치는 진귀한 광경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영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열리는 많은 공연들은 Support Act가 존재합니다. Support Act란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짧게 공연하며 관중들의 흥을 돋우고 공연의 볼륨도 채워 주는 밴드를 말합니다. 영국에서는 이 Support Act들이 해당 지역의 유망한 밴드, 혹은 본 공연을 하는 밴드와 같은 지역 출신 밴드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아시스가 무명일 시절 맨체스터의 The Verve가 오아시스를 데리고 다니며 인지도를 키워 준 것이 대표적입니다.


"밴드 하고싶은 사람?" 낮은 진입장벽의 이점

활발한 로컬 씬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렇게 새로 진입하는 아티스트들은 본인들에게 알맞은 공연장과 관객들을 쉽게 찾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리즈대학교 음악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 몇몇은, 음악 전공이 아닌 평범한 대학교 1학년임에도 이미 밴드를 결성해 스포티파이에 데뷔 싱글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던 작은 공연장 중 하나에서 본인들의 곡을 공연할 기회도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 옆의 라이브펍에서, 학생들로 이루어진 밴드가 공연하는 모습.

실제로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이렇게 차근차근 체급을 올리는 방식으로 성장했습니다. 클럽FF가 한국 인디밴드들의 성지이듯이, 영국의 각 지역마다 유명 밴드들이 거쳐온 역사적인 로컬 베뉴들이 존재합니다. 악틱 몽키스, 콜드플레이, 아델, 에드 시런 등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아티스트들 모두가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영국의 탄탄한 로컬 씬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음악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은 본인들의 밴드를 결성하는 것 말고도 많습니다. 공연 탐색 앱 DICE에 들어가 보면, 트리뷰트 밴드, 리스닝 파티, 레코드 페어 등 온갖 형태의 이벤트가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리즈에는 Indie Thursday라는 유서 깊은 인디 디제잉 파티가 있었습니다. 영국인들은 이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음악 컨텐츠를 즐기고, 몇몇 사람들은 공연자나 기획자로써 관여하며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자명하게도, 이 생태계를 가장 밑에서 지탱해주는 주춧돌은 로컬 공연장들입니다. 갓 결성된 밴드의 첫 공연 장소, 전국 투어를 도는 작은 밴드들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 새로운 음악적 흐름의 탄생까지 모두 로컬 공연장들이 담당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주춧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공연장 운영이라는게 언제부터 쉬운 사업이었겠냐 싶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합니다.

흔들리고 있는 영국의 로컬 인디씬

먼저 코로나 시기 수많은 공연장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20년 리시 수낙 총리의 부가세 인하 정책* 이후 그나마 숨을 돌리긴 했지만,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뒤 다시 경기가 활성화되어 그동안의 손해를 메꾸면 좋았으련만, 오히려 끝없이 오르는 물가로 사람들은 공연 관람에 쓰는 돈을 줄였습니다. 심지어 직접 공연을 해야 할 밴드들마저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투어를 연기하거나, 공연하는 도시 개수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 큰 돈을 투자해 투어를 돌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죠. 자연히 관객들에게 자신들을 알릴 기회는 줄어듭니다. 에너지 사용료와 임대료 만으로도 이미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로컬 베뉴들은 결국 폐업하거나, 라이브 공연을 포기합니다. 2023년에만 125개의 로컬 공연장이 라이브 공연을 포기하고 평범한 술집이 되었다고 합니다.

Over mugs of Yorkshire tea, Clark explains the pressures facing venues up and down the country. “Everything is costing more throughout the process, from artists’ fees and wholesale beer prices for venues to hotels or vans for bands,” he says.

  • David Simpson, The Guardian, 2024

MVT 2024 Annual Report, 2025, Music Venue Trust / Domestic energy price indices, 2025, UK Government

더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정 체급 이상의 공연장과 아티스트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대형 팝스타들**과 수십년 전 레거시 액트***들의 티켓 가격은 천장을 뚫을 기세이고, 몇 만 명 짜리 아레나를 가득 채우는 공연들이 1년에 100개씩 예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공연장을 운영하는 Academy Music Group의 매출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대부분의 Grassroot Venue들이 코로나를 기점으로 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매출은 급격하게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일입니다.

Yet the venues themselves often struggle to stay afloat. Some 43.8% of grassroots music venues reported a loss to MVT. A ‘healthy’ profit margin is around 10%; the average venue’s profit margin was just 0.48%.

  • Lottie Elton, Big Issue, 2025

또 다른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공연 문화가 이렇게 발달한 만큼 공연장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고, 자연스레 펍과 클럽들이 모인 거리가 형성됩니다. 여태까지는 이 생태계가 잘 유지되었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소규모 공간들이 모기업이 따로 있는 대형 공연장들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형 아티스트와 소형 아티스트의 양극화, 줄어드는 영국 투어 공연 수가 치명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 *A cut in VAT from 20% to 5% for hospitality, tourism and accommodation services – including pubs, restaurants, cafes, hotels, zoos and cinemas

  • ** ex) 테일러 스위프트 2024 영국 투어 스탠딩 티켓 가격 110파운드

  • *** ex) 오아시스 2025 영국 투어 스탠딩 티켓 가격 150파운드

영국 인디씬, 점점 위험해진다.

암울한 이야기입니다. 음악 산업 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타개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정말 영국의 음악계가 큰 타격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영국 내의 공연장들을 위한 자선 단체인 ‘Music Venue Trust’ (이하 MVT) 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새로운 정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11월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모든 아레나급 이상 공연은 티켓 수익 한 장당 최소 1파운드를 Grassroot Venue들에 기부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MVT는 공연 산업 관련 부가세 정책의 수정까지 제안하고 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려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주변을 둘러볼까요. 우리나라의 로컬 베뉴들 역시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영국보다 그 수가 부족할 지 몰라도, 지금의 K-Indie 붐을 이끌고 있는 밴드들은 거의 대부분 홍대를 비롯한 로컬 씬을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듣는 음악을 계속 듣고 싶다면, 우리도 이 소중한 공간들을 지켜야 합니다. 현 시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은 직접 예술을 제작하는 ‘예술 단체’, ‘공연 단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정말 의미있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음악을 관객들과 직접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해주고, 그런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주는 정책 역시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